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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연예인 인터뷰텔링

[인터뷰텔링] 홍혜걸, 이경미 (4), 목표점에 도달하는 하나의 길

by 드림비 2023. 3. 10.

이경미양과 홍혜걸
홍혜걸, 이경미

 

회원수 40만 명의 <5대 얼짱> 인터넷 카페

카페를 나선 그들은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늘은 깨질 것처럼 매끄럽고,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다. 

"처음엔 그저 재밌기만 했어요. 제 또래의 평범한 소녀들이 갑자기 '스타'가 되는 걸 지켜보면서, 거기에 내가 힘을 발휘했다는 게 신기하고 또 즐거웠어요. 그런데 덩치가 계속 커지다 보니 카페를 팔라는 제의도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함께 일을 해보자는 사람들이 밤낮으로 귀찮게 연락을 하기도 하고, 미심쩍어 거절하면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질 않나.... 피곤한 일들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유명 연예기획사에서도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가 몇 번씩이나 들어왔어요.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학생이니까요. 대학에 간 이후로 모든 것을 미루었죠."

공원의 산책로를 걷던 그들은 볕이 잘드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경미양 판단이 옳아요. 길게 봐야죠. 나이 마흔까지는 투자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많은 걸 경험하고 성급하게 열매를 따려 하면 안 돼요. 제 인생에 진정으로 도움이 된 것은 학교 공부만이 아니었거든요. 욕심을 내서 배우세요. 어떤 사람이 늙은이냐 젊은이냐를 가르는 척도는 나이가 아니라 배우려는 의지에요. 이건 의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건데요, 나이 서른이 넘으면 뇌가 굳기 시작해요. 이십대까지는 뇌는 스펀지 같아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지만, 삼십 대부터는 이게 흡수가 잘 안 되고 자꾸만 흘러내리는 거예요. 겉도는 거지요."

 

그녀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만해도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죽어라 공부만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집안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못했기에 고등학교를 마치면 바로 취직할 요량으로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이었다. 

"표가 나는 당장의 성과나 눈앞의 이익에 연연해서는 안 되지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배움은 돈 이상의 가치를 만듭니다. 뇌가 스펀지 같을 때, 빚을 내서라도 하고 싶은 걸 하세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잠재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세요."

너무 선생님 같은 이야기를 했나? 그는 멋쩍게 한번 웃더니 경영학과를 지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묵묵히 그의 말을 경청하던 그녀는 차분하게, 그러나 당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페 운영 경험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사를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는 1인 기업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사람을 모으고 움직이고 활동하게 하는 게 바로 경영 아닌가요? 그 카페는 절 처음으로 남한테서 인정받게 해 준 소중한 공간이에요. 나쁜 말을 들으면 속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더 이상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서 제 진가를 보여주고 싶어요. "

 

간절히 원하는 소망

서늘한 가을 바람이 기분 좋게 살갗을 스친다. 나뒹구는 낙엽들이 '가을은 겨울을 향해 퇴락해 가는 계절이 아니라, 여름을 정리하는 성숙의 계절이다'라고 읇조리며 바람의 노래를 들려준다. 그녀는 주머니 안에서 휴대용 디지털 캠코더를 꺼내 가을 풍경과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실물보다 잘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연신 멋쩍어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담는다. 그들에게 겨울은 계절의 끝이 아니라 언제나 시작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움직여 준다는 얘기 들어봤어요?"

그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유명한 대목을 인용한다.

"누구에게나 도달하고자 하는 인생의 목표점이 적어도 하나쯤은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곳으로 가는 길은 항상 안개 따위에 가려져 있어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요. 게다가 그 길은 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길이 아닌지라 걷고 있어도 그 길이 맞는 길인지 알 수가 없어요. 확신할 수가 없다는 얘기지요. 어떤 사람은 무작정 일직선으로만 달려가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려요. 어떤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길만 따라가다 목표점에서 너무나 멀어져 버리고요."

 

그는 의학전문 기자가 되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그의 의학지식을 결코 어렵지 않게 얘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기사들에서는 좀처럼 어려운 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들려준 병사와 공주의 이야기에서처럼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글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시 한번 그의 깊은 속내를 느껴볼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의사로서 기자가 된 이후에 갖게 된 가장 큰 꿈은 바로 그의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의학기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병을 예방하는 의학기자로서 우리 국민들의 평균 수명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기여한 인물이 되는 것, 그것이 그가 기자가 된 이후에 갖게 된 가장 큰 꿈이라고 했다. 

 

오늘에 충실한 철학

잘 차려입은 노부부가 그들 앞을 지나간다. 그는 낙엽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노부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천천히 말을 잇는다. 

"제가 해주고 싶은 얘기는 사실 별게 아니에요. 말하자면 오늘의 철학 비슷한 건데, 매일매일 나의 일상을 튜닝한다는 기분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오른쪽으로 너무 나갔다 싶으면 왼쪽으로, 왼쪽으로 너무 나갔다 싶으면 다시 오른쪽으로, 하루하루는 그렇게 삐뚤빼뚤 빗나갈 수도 있겠지만 목표점을 향해 좌우로 일상을 조정하다보면 그 삐뚤빼뚤한 일상들이 모여 결국은 목표점에 도달하는 하나의 길을 만들게 될 거라는 얘기예요."

그녀는 앞뒤로 다리를 저으며 먼산을 바라본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아요. 그러니 단숨에 무언가를 얻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해요. 한번 나락에 빠지고 나면 두 번 다시 헤어나기 힘들 거거든요. 아마 경미양도 앞으로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보게 될 거예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뜻대로 되지 않은 어제도 결국은 뜻을 이루기 위한 하루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삐뚤어진 어제는 오늘 바로 잡으면 되는 거예요."

핸드폰 진동 소리가 난다. 그는 예의 바르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캠코더를 꺼내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넘겨본다.

"녹화 때문에 이만 일어서야겠어요. 선배랍시고 잔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오늘 반가웠고요. 어려운 일 생기면 전화하세요. 힘닿는데 까지 도와줄게요. 대학 생활 후회 없게 잘하시고요."

그녀와 인사를 나눈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방송국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간다. 그녀는 공원을 나서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떤다. "홍박사님이 해준 얘긴데...."

 

태양은 어느새 머리 위에 걸려 있다. 바람은 멎어 있었고, 그들은 꼭 반나절만큼 나이를 먹었다. 끝

 

다음 편은 WBC (202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감독 이강철 편을 올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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