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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연예인 인터뷰텔링

[인터뷰텔링] 홍혜걸, 이경미 (3), 99일째 사라진 병사는?

by 드림비 2023. 3. 10.

 

시네마 천국, 알프레도와 토토
시네마 천국, 알프레도와 토토

진정한 사랑과 배려는?

자신의 탓이 아닌 일들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녀는 무척 해맑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런 고민도 없을 성싶은 표정으로 밝게 웃곤 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엔 이토록 큰 짐이 지워져 있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 홍혜걸이 보듬어야 했었던 자신의 상황에서 느낀 아픔처럼 말이다. 이경미는 나이보다 성숙해 보인다. 그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 생각은 이래요. 100일째 되는 날, 공주가 발코니 아래로 내려왔다 칩시다. 병사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한 약속이니 명색이 공주로서 책임을 져야겠다는 심정으로 말이죠. 일종의 계약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병사는 공주에게 선택권을 주었어요. 공주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찾아오겠죠.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없는 일 아니겠어요? 계약을 위반한 것은 병사였으니까요. 공주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나 동정 따위를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어요. 병사는 진정으로 공주를 사랑했던 거예요. 99일 동안 보여준 것이 집착이었다면, 마지막 날 밤에 보여준 그의 행동은 진정한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죠."

 

카페 안에는 이제 빈자리가 없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보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높아져 있었다. 

"어쩌면, 100일 동안 끝장을 봐서 공주를 차지했다는 얘기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랑일 수 있지요? 정말 현명한 공주였다면 그의 사랑을 충분히 이해했을 거에요. 그리고 그 진정한 사랑과 마음 씀씀이에 더 큰 감동을 했을 테고...... 그러나, 그렇지 못한 공주라면.... 그럼, 그 병사 입장에서는 그런 사랑은 포기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하여 진정한 사랑이란 막무가내의 '집착'이 아니라 '배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당시, 힘들고 고민되었을 때 그가 느낀 원초적 불공평에 대한 집착에 빠져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제가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술이나 담배에나 빠져들어 자신을 학대하고 그랬을 수도 있을 거에요. ....그만큼 저에게는 힘든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런데, 다행히도 그 당시 저는 그런 '배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거죠. 그리고는 가급적 그런 마음을 좋은 쪽으로 가져가려고 마음을 추슬렀죠."

 

새로운 세계로 내딛는 걸음

삶의 모순에 대한 분노와 저주의 에너지를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한 쪽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실제로 대학 시절 겪은 후배와의 일 이후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한다. 그 일 이후에 그는 그저 하얀색 가운을 걸친 평범한 의사보다는 무엇인가 자신만의 또 다른 영역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그 이후로 의학 공부뿐만 아니라 법학이나 사회과학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는 의학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사법고시 준비를 위한 각종 교과서들을 사 모았다. 그리고 법대에 가서 법학과의 학점들을 신청해서 수업을 들었다. 법대로 편입을 할 수도 있을 정도의 학점을 딸 수 있었다. 이렇게 넓어지기 시작된 그의 시야는 비단 그의 길이라는 것이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의 길만은 아니라는 확신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던 이유였다. 

 

"콤플렉스는 그저 콤플렉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도약할 수 있게 만드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죠. 문제는 태도예요. 콤플렉스를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이느냐 포지티브 하게 승화시키느냐."

그녀는 공감한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더니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손님이 많아져서인지 대화가 늘어져서인지 주변 공기가 약간 탁해져 있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얀 가운을 입은 명예로운 의사의 길만 보았던 그의 눈에는 어느덧 의학지식에 법과 사회과학 등의 지식이 더해진, 그래서 알지 못해 손해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피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의학 전문기자라는 길이 보이게 된 것이다. 질병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질병의 예방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그는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보통의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의학전문 기자로 나서다 

가난했던 탓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의사의 길을 버린다는 것에 부모님과 주변의 반대도 컸다. 아마도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1~2년만 할게요.'라는 말로 부모님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미 그의 마음속에는 그가 걸어갈 길에 대한 확신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의학전문 기자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최초의 일이었다. 그는 기자가 된 이후에 일반 기자들처럼 똑같이 수습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일반 기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월급을 받았다. 특별히 다른 대접을 받기가 싫었던 탓이었다. 지금도 간혹 그가 대단한 월급을 받으면서 스카우트가 되었다고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물론, 기자 초년병 시절, 병원에 취재를 가서 같은 동기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또 때로는 물질적인 부족함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후회도 했다고 한다. '나도 저들처럼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회원수 40만 명의 <5대 얼짱> 인터넷 카페

"회원수가 40만 명이면 엄청난 권력인데요? 안 그래요? 이런저런 유혹도 많았을 것 같은데.... 골치 아픈 일들도 많았을 테고..."

 

[4편 마지막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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