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Time to Begin Again
  • Time To Fly
명사와 연예인 인터뷰텔링

[인터뷰텔링] 홍혜걸, 이경미 (1), 병사와 공주

by 드림비 2023. 3. 8.

홍혜걸 기자
홍혜걸 비온뒤 대표

홍혜걸은?

의학박사이며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와 논설위원을 지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92년 언론계 최초로 의사출신의 의학전문기자가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평균수명을 향상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홍혜걸은 서울대 의과대학 의예과 85학번이다. 저서로는 <Dr. 홍혜걸 기자의 의사들이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건강이야기>와  <건강프리즘> 등이 있다. (2005년 소개글임)  2011년부터는 의학채널 <비온뒤>의 대표로 있다. 

 

이경미 양 인하대 경영학부
이경미 (인하대 경영학부)

이경미는?

2002년 2월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 <5대 얼짱>이라는 카페를 개설해 스타 등용문으로 키운 화제의 인물이었다. 5대 얼짱 카페를 통해 연예계로 진출했던 박한별, 구혜선, 이지영, 지우연 등이 있다. 이경미 양은 인하대 경영학부 05학번이다.

 

<아래의 인터뷰텔링은 홍혜걸 대표와 이경미양의 세대 간 대담형식으로 구성된 인터뷰를 정리한 글입니다>

상큼한 아침 데이트

"안녕하세요?"

그녀는 바깥 날씨처럼 해맑게 웃었다. 수첩을 펼쳐 들고 있던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받는다. 그녀가 앉을 의자를 살짝 뒤로 빼준다. 

"식사는 했어요."

그녀가 고개를 젓자, 그는 웨이트리스를 불러 아침 메뉴를 주문한다. 아침 메뉴는 토스트와 달걀 프라이, 야채샐러드, 감자튀김과 베이컨 세 조각. 그는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트리스에게 메뉴판을 넘겨주며 커피 리필도 함께 부탁한다. 어딘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말투다. 

"얼짱 카페를 만드신 분이라고요?"

그가 먼저 입을 연다.

"제 친구랑 재미 삼아 만든 건데...... 웹서핑을 하다 또래의 예쁜 아이들 사진을 발견하면 퍼다가 모아놓는 게 제 취미였어요. 저 혼자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랑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가진 사진 중 가장 예쁜 것 다섯 장을 골라 카페를 만들었죠. 얼굴로 '짱'이니까 '얼짱', 5명이니까 '5대', 그렇게 '5대 얼짱'이란 이름을 붙여 놨더니,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들더라고요. 제 친구랑 회원 천명이 모일지 내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40만 명이나 돼요."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여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이야기가 익숙해 있는 듯하다.

 

"05학번이 됐다면서요?"

그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서울대 의예과 85학번인 홍혜걸은 의사가 아닌 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에서는 어찌 보면 특이하달 수도 있는 경력의 소유자다. 이경미 양은 2004년 인터넷 카페 '5대 얼짱' 운영자 경력으로 인하대 2005학년도 경영학부 수시 1학기 특별전형(특이경력자)에 합격한 당찬 여고생이었고, 둘은 어딘가 통하는 데가 있어 보였다.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가 특별전형으로 성균관대에 입학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어쩌면 나도.........'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 인터넷을 뒤졌죠. 마침 인하대에서 특이경력자를 대상으로 특별전형을 실시하더라고요. 1차 서류합격 통보를 받고서도 최종합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웨이트리스가 테이블 위에 아침 메뉴를 올려놓았다. 배가 고팠었는지 그녀는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순식간에 토스트를 먹어치운다. 

"홍박사 님은 학교 다닐 때 어땠어요? 여학생들한테 인기 많았을 것 같은데..."

그녀가 혼자만 먹어 미안하다는 듯 그에게 하나 남은 토스트를 권한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범생이었어요. 새가슴이고요. 늘 공부만 했거든요. 바보같이."

"좋아했던 여학생도 없었나요?"

그녀가 짓궂은 질문을 한다. 

"글쎄요. 제가 어떤 여성으로부터 유혹받았다는 느낌이 든 적이 별로 없어요. 둔감해서가 아니라 정말이에요. 그렇지만... 매혹적인 여성은 많았어요."

입가에 미소를 띤 그는 이내 진중하게 말을 잇는다.

"제가 비록 결혼한 남성이기는 하나 이것만은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어떤 여성이든 살펴보면 매혹적인 부분이 있기 마련이에요. 특유의 심미안이랄까? 전 여성을 만날 때마다 그런 부분에 주목해요. 중요한 것은 꽃을 꺽지 않고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와 자제력이지요."

 

낯선 세계로...

그리고는 "철없을 때 얘긴데요.", 하면서 본과 3학년 때 만난 여자 후배 얘기를 했다. 그는 그때까지 미팅 한 번 해본 적 없는 그의 말대로 공부만 하는 순진한 범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순식간에 너무도 깊게 사랑에 빠져 버렸고, 최대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능한 한 그 후배가 원하는 것은 앞뒤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해 주려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소유욕에 가까운 집착 따위가 심해지더라고 했다. 아마도 대학 때 별명이 수도승이었다고 하는 걸 볼 때, 그 무렵까지만 해도 공부만 열심히 하는 조용한 학생이었던 게 분명했다. 

"누구나 콤플렉스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때는... 뭐랄까, 집이 가난한 게 그렇게 창피했어요.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말쑥한 모습, 티 한점 없을 것 같은 그의 어린 시절 얘기는 가난이라는 단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냥 아무런 어려움도 없을 것 같던 그의 모습에서 나온 가난이라는 단어가 무척 생소하게 들려왔다. 

"비록 집이 가난하긴 했지만, 내가 잘하면 된다. 공부 열심히 해서 내가 잘나게 되면, 원초적 불공평이랄까? 집안이 가난한 것, 그것이야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저 나한테 주어진 일, 즉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겠지... 그러면, 그런 모순이 단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학엘 가보니, 물론 그 당시 얘기예요. 다 가진 애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후배가 어느 날 이렇게 물었었죠. 

"오빠, 어디 살아?" 

 

"오빠, 어디 살아?"  달동네에 살았던 홍혜걸

그림자가 짧아졌다. 어느 틈인가 빈 접시는 치워졌고, 그녀 앞에는 후식으로 나온 오렌지 주스가 놓여 있었다. 그는 미적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어쩌면 그 후배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나는 그 오빠가 어디 사는지 알고 싶어 물었던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그랬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던 그에게는 그런 여유 있는 생각을 가질 틈이 없었다.

"달동네에 살았던 저는 그 때문에 그 후배와의 관계가 잘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억울했죠. 집이 가난한 건 제 탓이 아니지 않습니까? 실제로 그 후배가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에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닐 거예요. 그저 제 자격지심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때는 심각했어요. 그 애와 자꾸 멀어지는 게 아무래도 그 때문인 것만 같았죠."

초중고 시절 내내 성적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았던 그였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기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그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었고, 가난한 그의 가정 형편은 콤플렉스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를 대견한 학생으로 부각해 주는 훌륭한 배경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가 말하는 나이브한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금세 비관적이 되었다. 생각보다 상처가 컸다. 몇 년이 흘러도 그때의 그 아픔은 여간해서 잊히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그 후배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원초적 불공평 때문에 이러한 아픔을 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무척 화가 나기도 했던 때문이었다. 

 

[2 편에서 계속]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