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Time to Begin Again
  • Time To Fly
명사와 연예인 인터뷰텔링

[인터뷰텔링] 삼성전자 이정배 사장 (4), 새로운 도전, 반도체 설계

by 드림비 2023. 3. 19.
이후로 삼성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죠

이정배 사장
이정배 박사, 새로운 도전, 반도체 설계


[3편에서 계속]

이정배 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침내, 큰 보람

"이후로 서서히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설계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거라고 자부합니다."

물론, 삼성전자 내에 설계 파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설계는 오더가 내려오면 제덱에서 결정된 표준에 맞춰 시행착오 없이 정확히 그리고 빠르게 그려내는 것에 주력했지 차세대 제품에 대한 스펙을 결정하는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저희들은 이전 세대의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결과물 위에서 어찌 보면 편하게 일해왔다고 할 거예요. 제가 삼성전자에 들어올 때는 이미 삼성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였었으니까.... 그러니까 뭐.... 저희들이 한 일이 그렇게 큰 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죠."

이정배 박사는 아주 조심스럽게 겸손해했다. 그러나 인수분해 공식을 이해하겠다고 벽에 머리를 찧어대던 이정배였다. 그냥 암기하고 문제를 풀면 될 것을 그 공식을 이해할 때까지 그는 수학 점수를 거의 빵점을 맞다시피 했었다. 그렇게 원리를 이해해야만 했었던 그의 집요함이 얻어낸 참으로 보람 있는 성과임에는 틀림없었다. 


 

유학의 꿈, 그러나 계속되는 가난의 꼬리표

이정배에겐 어릴 적부터 꼬리표처럼 매달려 있던 어려운 가정형편은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여전히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위가 높아질수록 학비 부담은 늘었고, 유학을 떠나 더 넓은 세계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정배는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가난한 고학생들에게 벌이가 좋으면서도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아르바이트는 과외뿐이었다. 

"재미있게도 그게 계기가 되었어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던 이정배는 당시 한 고등학생에게 과외를 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제가 가르쳤던 아이가 지도교수님이었던 민교수님 친구분의 아들이었던 거예요. 교수님한테 아주 혼쭐이 났죠. 열심히 공부나 하지...... 하시면서 꾸중을 하셨죠."

 

그러나 이후 이정배의 형편을 자세히 알게 된 민홍식 교수는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라는 조건을 달고 삼성전자 산학 장학금을 받도록 주선을 했다. 그렇게 해서 이정배는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물론, 그에게는 그 나름대로 해보고 싶었던 꿈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기본이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다면 어느 자리에 있든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학금 덕에 재정적인 어려움 없이 학위를 따게 되었으니, 일단은 부딪쳐보자 마음먹었던 것이다. 

"유학을 갔더라면 좀 더 정돈된 상태에서 공부를 했을 텐데..... 아쉽긴 했죠."


 

반도체 설계, 새로운 도전

"사장님, 새로 온 이정배 박사입니다." 

황창규 상무는 이윤우 사장에게 이정배 박사를 소개했다. 

"아, 그래요. 그럼 설계 쪽에서 일하는 게 좋겠네요?"

반도체 물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이정배 박사 입장에서 반도체 설계는 거의 생소한 분야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가 전공한 반도체 물리라는 것이 워낙에 기초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였기 때문에 삼성에 있는 어떤 부문에서도 그의 전공이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설계분야는 더욱 거리가 먼 분야 중의 하나였다. 이정배는 한편으로 마음 한가운데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사님, 이정배입니다."

반도체 설계로 부서배치를 받은 이정배는 반도체 설계팀장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아, 그래요? 얘기는 들었습니다. 전공이 반도체 물리더군..... 내 곧바로 아웃풋(결과)을 내라고 얘기하진 않겠어요. 내가 3년을 줄 테니까, 그 사이 업무파악을 하면서 설계팀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좀 연구해 줘요......"

반도체 설계 팀장이었던 조수인 이사는 바짝 긴장해 있던 이정배에게 숨통을 틔워주었다. 정말 오랜 가뭄에 단비 같은 얘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사려가 깊으셨던 것 같아요. 이미 저 같은 박사들을 워낙에 많이 대해보셨던 분이라,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일을 시켜야 하는지를.... 공부는 열심히 하고 왔는데, 실무는 잘 모르는 사람, 그러나 다른 사람과는 약간 다른 포텐셜이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기회를 주느냐 하는 문제였죠. 당장 대졸 사원들 하는 것처럼 일하라고는 안 할 테니 시간을 갖고 그들이 잘 못하는 것, 하기 힘든 것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라는 얘기였죠."

 

당시, 조수인 이사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할 때부터 설계 팀장이었던, 그 누구보다도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박사들이 짐이 되면 안 된다는,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그것들을 적절히 조합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는 관리자였다. 

 

[5편, 마지막 편에서 계속]
 

[인터뷰텔링] 삼성전자 이정배 사장 (5), 삶의 정석, 그 문제를 풀다

아무래도 힘들게 살아오다 보니까 많은 생각들을 해왔는데, 그런 가운데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겼어요 [4편에서 계속] 3년간의 워밍업 그렇게 3년의 기간을 유예받은 이정배는 부지

staystill.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