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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연예인 인터뷰텔링

[인터뷰텔링] 삼성전자 이정배 사장 (1), 수학의 정석, 그리고 삶의 정석

by 드림비 2023. 3. 19.

 

이정배 사장
이정배 박사


이정배 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원리'와 '기초'를 알아야만 직성이 풀렸던 그는 '반도체 물리'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분야에서 자신의 영역을 다듬어 가고 있다. 이정배 박사는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85학번이다. 이후 이정배 박사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설계팀장과 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제12대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뿌리를 찾아서

인수분해 공식의 원리를 아십니까?

"쿵. 쿵. 쿵"

누군가 무엇인가를 벽에다 찧고 있다.

"쿵. 쿵. 쿵"

둔탁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묵직한 소리다. 무슨 소릴까? 작은 인기척까지도 또렷이 들릴 만큼 벽이 얇은 , 허름한 단층집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쿵쿵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방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

중학생 정배가 벽에다 자신의 머리를 찧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가족들은 허둥지둥 그를 붙들어 세웠다. 정배는 주먹으로 벽을 한번 쿵, 하고 치더니 책상머리에 앉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학교와 집을 오가던, 말수 적은 얌전한 아이였다. 물론, 이전에도 가끔씩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나오면 답답해하긴 했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꽤 어려운 문제를 만난 모양이었다. 책상 위에는 수학책과 수학문제들을 어지럽게 풀어쓴 노트가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었다. 수학공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중학생 정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학교 선생님은 무조건 외우라고만 할 뿐, 왜, 그리고 어떠한 경로를 통해 저런 등식이 성립하게 되는지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주지 않았다. 주변에 터놓고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었다. 사실, 인수분해 공식이라면 그냥 외우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중학생 정배는 그것이 왜 그렇게 이해되어야 하는지 바로 그것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바쁜 세상이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축적되어 나가는 세상이다. 부지런히 무언가를 배우고 나면 어느새 새로운 것이 나타나있는 그런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원칙적인 것, 그리고 원리적인 것보다는 방법에 관한 질문이 많은 세상이 되었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는 이렇게 원칙적이고 원리적인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우기 일쑤다. 그도 그럴 것이 재주껏 순간순간을 넘어선다는 것조차 힘겨운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언제 그런 원리를 따지며 살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어느덧 우리의 대학사회도 그런 기초과학을 중요시하는 자연계열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지 오래지 않은가.


 

일반수학의 정석

"정배를 중학교 보내려고요?"

"글쎄...."

"중학교 가면 만만치 않을 텐데...."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친척 한 분이 집에 들렀다. 부모님과 그 친척은 이제 곧 중학교를 들어가야 하는 정배의 학비 걱정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얘기를 어린 정배가 그만 듣고 말았다. 그때까지도 초등학생 정배는 그저 쉽게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중학교를 당연히 가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러나 자신이 당연히 가는 줄로만 알았던 그 중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어린 정배는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정 형편상, 그 부담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 뒤 정배는 자신이 중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장학금을 받는 것이었다. 그의 가정 형편은 그렇게 넉넉지 않았었다. 말 그대로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을 테니까...

 

1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배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조차 가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창 시절을 마감하게 될지도 몰랐다. 어린 나이에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할지도 몰랐다. 일찌감치 깨닫고 인정해야 할 현실이었다. 하지만 알고 싶은 게, 또 배워야 할 게 아직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겨우 그 정도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다니는 학교인 만큼 어떤 것 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풀릴 때까지 밤낮으로 그 문제에 매달렸다. 호기심 많은 성격 탓이기도 했겠지만, 무슨 문제든 그 원리를 이해할 때까지 그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해 나갔다. 

"해결은 해야겠는데 방법이 없었죠. 특별히 머리가 좋은 아이가 아니었어요. 그냥 평범했습니다."

그는 잠깐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했다. 

"2학년 때던가? 두 자릿수 곱셈을 배웠는데 이상하게 두 자릿수 곱셈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그냥 하면 되는 건데....,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그런 방식으로 계산을 하는지 원리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도록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몇 번씩이나 빵점을 맞았죠. 납득하지 못한 채로는 시키는 대로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속이 불편했습니다. 중학교에서 처음 인수분해를 배웠을 때도 그랬던 거죠."

 

이정배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아르바이트로 수학 과외를 할 때 아이들한테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저는 항상 첫 수업에 들어가기 전, 꼭 교재의 머리말을 읽어보게 했어요. 일반수학의 정석 아시죠? 거기 홍성대 씨가 쓴 머리말에 보면 이런 비슷한 얘기가 나와요.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과목들의 학습은 기억력과 사고력의 조화로써 이루어진다. 수학은 계단처럼 배워가는 학문이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게 해 준다.'  사실, 수학책에 나오는 수많은 공식과 복잡한 계산을 실생활에서 쓰게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울 필요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홍성대 씨 말대로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게 해 줍니다. 단계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거죠. 공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

원리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응용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정배 박사가 이제까지 공부를 해오면서 체득한 '원리'였다. 


제덱 그리고, 응용문제

"이박사, 그거 그냥 합의를 해주고 오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그걸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지?"

"죄송합니다. 전 그냥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얘기했던 것인데...."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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