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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연예인 인터뷰텔링

[인터뷰텔링] 리챠드 프로헤어 대표 이기원 (3) 계란과 베지밀

by 드림비 2023. 4. 15.

 

[2편에서 계속]

리챠드프로헤어 대표 이기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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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과 베지밀

 

결국 그는 한 달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방을 얻기로 결심했다. 월급을 전부 털어야 얻을 수 있는 월세 3만짜리 방이었다


또 다른 시작

중국집 쪽방에서의 더부살이는 생각보다 훨씬 열악했다. 더러운 이불과 얹혀 지내는 불편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늦게 퇴근을 해도 함께 자는 배달원들의 눈치가 보였고, 더러운 이불 끝자락조차 그는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차라리 한뎃잠을 자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추운 방이었다. 

 

스트레스와 영양부족으로 몸과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만 갔고 결국 그는 한 달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방을 얻기로 결심했다. 월급을 전부 털어야 얻을 수 있는 월세 3만짜리 방이었다. 천장도 낮고 방 크기도 자기 몸 하나 뉘이면 꽉 차버리는 , 무덤 속 관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중국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지내는 것보다 무덤 같은 그곳이 차라리 편했다. 

"기원 씨, 점심 먹고 하자고."

"아!.... 속이 계속 안 좋네..... 저 화장실 갈 테니 먼저들 드세요."

"그래, 그럼 먼저 가 있을게. 나오라고."


 

점심시간을 보내는 방법

20살의 기원은 바지도 내리지 않은 채 화장실 변기에 앉아 가위로 휴지를 반듯이 잘라내고 있다. 10분이 지났을까, 20분이 지났을까. 밖의 인기척은 없어지고 다리는 점점 저려온다. 지금쯤 나가지 않으면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하러 들어오는 사람들과 어색한 마주침을 해야 한다. '아픈 척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인데.... 내일부터는 은행이라도 다녀온다고 해야겠다.' 기원에겐 월급 3만 원이 고스란히 방값으로 나가고 나면 남는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차비는 물론이고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밥을 먹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루종일 미용실에서 일을 해야 하는 그로서는 공사판 막일도 시간이 없어 할 수 없었다. 밥을 굶는 날이 허다했다.

 

미용실 직원들의 점심시간이면 슬그머니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자리를 피했다. 혈기 왕성한 젊은 나이에 주린 배를 안고 있노라면 서글픈 눈물이 쏟아지곤 했다. 차라리 모든 걸 접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면 최소한 굶지는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 끼니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은 너무 큰 사치였을까? 하지만 그는 서럽고 힘들지언정 단 한 번도 후회하거나 그만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지 않은가.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또 되뇌며 참아냈다. '나는 벤츠를 타는 디자이너가 된다. 벤츠를.....'


 

일용할 양식, 샴푸질

기원은 미용실 막내가 해야 하는 청소부터 고객의 머리를 감겨주는 일을 담당했다. 그것을 '샴푸질한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손에 익지 않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샴푸'를 했고 , 고객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워했다. 주로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남자 미용사가 얻는 이점도 있었다. '같은 기술이라면 남자 미용사를 찾는다'라고 하는 여성들이 많을 정도로 기술이나 감각의 섬세함이며 서비스가 결코 여성에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겨주는 일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그가 찾은 방법이었다. 고객이 반드시 팁을 줄 만큼 흡족하도록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것이 그에겐 일용할 양식이었고, 차비였기 때문이었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팁을 받지 못하면 그날은 꼼짝없이 굶어야 할 수도 있었고, 혹은 집까지 걸어가야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꼼꼼하게 샴푸질과 마사지를 했다. 

"그때는 머리 감기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는 위치였어요. 다른 일은 손도 댈 수 없었죠.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그 부분에서만은 정말 최선을 다했더니 고객들도 알아주시더군요. 우리나라는 지금도 그다지 팁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데 그 당시는 어땠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일개 미용실 막내인 저를 알아주는 고객들도 많아졌고, 심지어 팁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인색한 고객이 돈을 주고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


 

계란과 베지밀

그렇게라도 여유돈이 생기면 그제야 끼니를 때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또 언제 생길지 모르는 돈이었다. 조금이라도 있을 때 최대한 아껴 그 적은 돈을 쪼개고 또 쪼개 써야 했다. 그래서 돈이 있을 때면 밥 대신 챙겨 먹은 주식이 계란하고 베지밀이었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싼 값에 단백질을 보충할만한 음식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형편이 좋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날은 아침에 먹은 계란과 베지밀로 하루를 버텨야 할 때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미용일을 배우기 위해 시작한 서울생활은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이었다. 그래도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헤어디자이너로서 성공한 자신의 미래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4편에서 계속)

 

 

머리를 감겨주는 일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그가 찾은 방법이었다. 고객이 반드시 팁을 줄 만큼 흡족하도록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것이 그에겐 일용할 양식이었고, 차비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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