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토마 피케티의 보고서
프랑스의 파리경제대학 부속 연구기관인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2022년의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1년까지의 COVID19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게 악화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최상위층의 자산이 이전 약 10년 간 3.5배 이상 급증했다는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소득의 불평등이 가장 커다란 지역으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최상위 10%의 인구가 전체 국민의 소득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에는 최상위 10%가 전체의 36%였으며,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상위 10%의 인구가 전체 소득규모의 43%, 그리고 중남미 지역에서는 55%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소득의 불평등보다 자산의 불평등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같은 보고서 발행을 이끌고 있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3년 저서 <21세기 자본>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각국의 경제적 현실을 분석하고 그 대안으로 글로벌 자본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2019년에는 이전의 <21세기 자본>보다 좀 더 과격해 보이는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통하여 세계적인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이에 기인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소유', '정의로운 누진세제', '정의로운 교육' 등을 바탕으로 한 '참여 사회주의'와 정의로운 민주주의', '대안적 조직화' 등을 기반으로 '사회연방주의'의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에 앞서 2022년 11월 OECD에서도 불평등 보고서(Does Inequality Matter 2021)를 발행했는데 이 보고서에서도 그동안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지, 또한 이러한 불평등이 전 세계 경제의 성장에는 어떠한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의 현실
한국은 2019년 기준, 세계에서 5번째로 평등한 국가로 알려졌으나 경제적인 불평등이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2010년의 자료에 따르면, 년간 1200만 원 이하를 벌고 있는 한국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자의 약 37.8%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1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최상위의 고소득층의 비율은 전체의 약 1.4% 정도였다. 그러나 경제적 소득의 양극화는 IMF의 부양책이 실시된 이후로 개선되지 않았고, 2018년부터는 그 격차가 매우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COVID19의 팬데믹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간의 이러한 경제적인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이러한 경제적인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갖가지 문제점들을 노정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COVID19로 인하여 심화된 이러한 갈등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잠복되어 있다가 최근 들어 정부의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 등으로 인하여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사회의 이러한 경제적인 불평등은 많은 사람들이 IMF 사태로 인하여 급격하게 악화되었다고 오해하고 있으나, 각종 지표들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확대되어 오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997년, IMF 사태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확대시킨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
- 고용제도의 문제: 1990년 대 후반 급격하게 확대된 비정규직 고용은 경제적 소득 불평등을 매우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불균형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가고 있지만, 전체 노동자의 90% 가까이 고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에서는 아직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는 작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정규직의 임금 차이도 작지 않지만, 중소기업 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임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갑과 을의 불평등과 함께 을과 을 간의 불평등한 임금 구조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플랫폼 경제 기반 고용의 확대: 2010년대 후반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경제의 확대는 경제적 소득 불평등의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프리랜서, 혹은 자유직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실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 기반의 고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이후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부동산 경제 정책의 실패: COVID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지 못하고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부동산 보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보유 자산의 불평드을 급격하게 심화시켰으며, 사회적인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 부의 대물림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정책 미비: 아직도 한국의 복지정책은 선진국들에 비하여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사회적인 경쟁에서 밀려난 대부분의 경제적 약자들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더욱 악화된 빈곤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절한 상속세제와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과감한 정부 정책들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켜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제반 문제
이와 같은 소득의 불평등은 전반적인 경제적 불평등으로 확대되고, 이렇게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인 불평등으로까지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낮은 출산율 위기는 바로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초래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안정된 소득을 갖지 못한 결혼 적령기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을 가장 첨예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들이 체감하고 있는 사회적인 불평등은 결과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있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불확실은 삶에 대한 확신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욱 큰 문제는 향후 한국 사회가 이러한 비극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급격한 출산율의 저하는 연금 및 의료보험과 같은 제반 사회, 경제적인 제도들의 원활한 운영을 매우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러한 사회적인 갈등을 원만하게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인 방안들이 모색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경제적인 위기를 넘어 정치적인 위기로치달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토마 피케티의 주장은 일견 급진적이고 좌파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이중 삼중의 위기를 목전에 둔 사회에서는 매우 진지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이론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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